후기) 블로그 vs 트위터, 기록을 공유할 것인가 감각을 공유할 것인가
웹&커뮤니케이션 2009/11/07 12:41이 글은 매우매우 뒤늦은 한 소모임의 후기입니다. 종종 글만 구경하곤 하다가 지난 9월 시민행동 10주년 잔치날 처음 인사하게 된 민노씨로부터 초대를 받았지요. 그게 무려 스무날은 더 지난 10월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용하는 내용들이 정확히 누가 어느 시점에 한 말인지 밝히지 못함을 이해해주세요 ㅠㅠ 민노씨, 펄 님의 글에 자세한 내용이 있어요.)
지난 10월 14일 대학로에서 블로그 연구 수요모임이 있었습니다. 첫 모임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날은 두번째 모임인데 고맙게도 초대해주셔서 끼어들게 되었죠. 정신없이 살다보니 약속에 종종 늦을때가 있는데, 그날따라 일찌감치 도착해서 마치 제가 주빈이라도 된 것처럼 먼저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기다렸어요. 이런 걸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하죠? ^^;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보니 한 분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간격이 곧 차례로 오신 분들과 인사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
기억을 더듬다보니 그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무래도 쉴틈없이 탁구공처럼 튀어다니는 대화의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할 말이 있을때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는 조금은 공격적인 대화 방식. 그게 굉장히 낯설어서 내내 거의 아무 말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초반과 말미에 따로 말할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살짝 의견을 내놓을 수는 있었지만요. (고맙고 죄송 ㅠㅠ) 돌이켜보니 첨 시민행동 왔을때 한 2년간 그런 상태였는데, 이제 시민행동에서의 느리고 격식없는 대화가 너무 익숙해진 모양인지... 그러네요. :)
한편 굳이 끼어들지 않은 것은 워낙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생생하고 강렬했기 때문에 되도록 많이 듣고 해석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였어요. 오랜동안 글로 보았던 분들이 많았고, 그나마 두번째 본 민노씨 외에는 모두 초면이었거든요. 블로거로서 정체성을 강하게 갖는 분들이 많으셔서인지 웹의 변화나 기술의 흐름 같은 데 대해서는 왠만큼 이슈될 만한 것들이 다 나왔던 것 같습니다.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rss, 허핑턴포스트, 아이폰, wi-fi.. 이런 것들의 비즈니스적 전망, 그리고 '미디어'로서의 의미에 대한 토론이 압도적이었던 것 같구요. 근본적으로 블로거 '판'이 워낙 적은데다 그게 트위터와 겹쳐지면서 사실상 기록과 이슈파이팅 매체로서 블로그는 미래가 없다는 요지로 강하게 어필하신 분도 계시고, 한국의 (법제도와 인프라, 문화 다방면으로) 폐쇄적이고 기형적인 인터넷 환경을 질타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주제인 블로그 vs 트위터라는 설정 자체가 그 둘의 성격과 장이 다르기 때문에 성립하기 어렵겠다는 의견도 있었구요.
그런데 이날 모임에 가면서 제가 잡았던 주제는 이런 다양한 이슈들보다는 오히려 그 미디어로서의 '툴'과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만나고 흩어지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어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기에 어떤 툴과 공간을 선택하고, 또 사그라드는지, 나는 어째서 이런 것에 관심을 갖는지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하는 것들이었죠. 일부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깊이 들어가지는 못한 게 아쉽네요. 사실 그런 걸 원했으면 제가 치고들어갔어야 하는 거였죠. ㅎㅎ 언제 기회가 되면.. ;;
그나마 말미에 제가 살짝 던진 의견에 여러 분들이 이야기를 덧붙여주셔서 어느정도 정리가 된 것은, 블로그와 트위터가 갖는, '아카이빙'에 있어서의 근본적 차이에 대한 것이에요. 블로그는 카테고리별, 태그별, 시간순으로 글들이 계속 정렬되고 기간별 아카이빙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록이 관리되는데 트위터는 그냥 훅 지나가면 그 뿐이죠. 지나간 트윗을 찾기도 어렵고, 굳이 찾을 필요도 없어요. 동시간대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으면 확 퍼지고, 아니면 그냥 묻혀 떠내려가는거죠. 물론 블로그 글이 예전보다 많아지다보니 블로그에서도 그런 일이 생기긴 하지만, 검색을 통해 언제라도 찾아볼 수 있어요. (최근 구글에서 트위터 검색이 가능해지긴 했던데..)
하여 이어진 이야기는, 아마도 블로거들의 저술이 활발한 영미권에서 트위터가 각광받은 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기록을 관리하는 작업에 대한 학습된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고, 한국에서는 애초에 '내 기록'의 관리나 공공 아카이빙 문화가 거의 희박하기 때문에 블로그와 트위터가 별반 다른 의미를 갖지 않아 귀찮고 복잡한 블로그 보다 손쉽고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받을 수 있는 트위터로 사람들이 쉽게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거에요. 똑같이 트위터에 열광하지만 그 이면은 다르다는 거고, 관련해서 블로그의 미래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겠지요.
제목에 쓴 것처럼, 그래서 제가 갖고있는 단상은 블로그와 트위터 모두 '공유'를 전제로 하되 무엇을 공유하느냐가 다르고, 무엇을 공유하느냐에 따라서 그 '틀'과 '공간'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양태도 달라진다는 거에요. 특히 트위터는 글이나 컨텐츠를 주고받는다기보다는 (블로그나 이메일 등이 그렇죠) 순간의 생각, 느낌, 정보를 주고받는 점에 있어서 감각을 공유하는 매체라는 생각입니다. 마치 한 인간의 머릿속에서 연결되어있는 뉴런처럼, 생각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치솟았다 스러지고, 또 언젠가 다시 기억되는 거죠. 그렇다면 뉴런을 통해 아주 강한 메시지가 전달되어 한 인간을 움직이는 것처럼, 집단지성이 집단을 움직이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아마도 블로그는 이런 순간에 집어드는 책과 신문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트위터처럼 즉각적인 영향력과 조직력은 없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파워를 갖는 것은 결국 꾸준히 잘 기록되고 관리된 블로그가 되겠죠.
덧) 허헛, 쓰다보니 과대망상이 되었네요. 하긴 뭐 어때요, 상상만 해보겠다는 건데^^. 이날 다채로운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 민노씨 고맙구요, 참석하신 모든 분들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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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민노씨.네 2009/11/08 05:43 지우기
글제목: 웹, 포털, 검색문화, 검색시장
1. 대한민국 웹서비스는 검색에 적대적이다.  이하 '그렇다'에 대한 체험적 논거.  그러니 실증적 논거가 전혀 아니다. 실증적 논거, 그러니 통계 등의 자료가 계신 분 조언 부탁.   2. 대한민국 웹을 지배하는 포털 검색엔진은 자발적인 검색이 아닌 유도된 검색(A 검색하러 갔다가 전혀 상관없는 B.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나 A'연관 검색어 따위로 유도되는)이 주종을 이룬다. 3. 언론사닷컴의 연예/이슈 선정주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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