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라디오

하샘, 해구샘

Posted 2010/01/07 01:00, Filed under: 살며 사랑하며
생각해보니 그렇다.
아파트 뒤편 산자락 아래 다정히 서 있는 남녀는 한 사람은 대학생, 한 사람은 연상의 여공.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면 몇년도지? 84년도인가?
나는  두 사람이 정말 애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고 있다고 확신했었다.
근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샘..(부산에서는 선생님을 줄여 샘이라고 불렀다)
이름이 정확히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미선.. 정도였던 거 같은데.. 늘 하샘이라고만 불러와서인지 이름조차 가물가물하다.
나이가 20대 후반이었고, 손마디가 굵고 말이 없는 성격이었으나, 엄청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나한테는 멋있는 여자였다. 아파트 방 한칸에 세들어 있는 자취방은 그냥 지금 보면 길거리에서나 봄직한 투박한 갈색 상에 늘 성경과 함께 책이 있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방에는 거의 가구랄 것이 없었던..( 사실 나는 하샘이 그냥 여공이었는지, 여공으로 위장(?)한 대학생이었는지도... 지금 헷갈린다.) 그 하샘의 방을 드나들 수 있었던 외부 사람은 거의 내가 유일했다. 그래서 하샘과 나는 서로 무지 무지 아끼고 좋아했다. 어쨋든 나에게 여성으로는 첫 존경의 대상이었고 여전히 나는 그때 하샘과 같은 분위기가 나는 여성들을 여전히 좋아한다.

해구샘. 김해구. 신학대학생.
안양으로 이사올 때 (나는 중3이었다)우리 교회 중고등부 학생회는 거의 초상집(ㅋㅋㅋ)분위기였다.
뭐 지금 생각해도 내 활약상은 .... 그럴만 했던거 같다..^^;;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초코파이 쌓아놓고 했던 송별회(우리 교회는 만덕동이다. 해운대까지는 엄청 먼 거리다.. 근데 송별회를 그리 갔던건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다)

그때 언젠가 서울로(그냥 사람들은 내가 서울로 간다고만 생각했다) 보러 오겠다더니 정말 대학 입학 후 학교로 찾아오셨다. 어찌나 맹숭맹숭하던지.. 초등학교 6학년부터 날 보아온 샘은 내가 정말 낯설고 어색하셨을 거다. 차라리 안보니만 못한.. 맨날 업어주고 안아주고 하던 샘 덕에 나는 그 나이에 겪었던 많은 일들을 위로 받고 지낼 수 있었다. 정말 착하고 좋은 샘이었다.  

자려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떠오른 사진 한 장....
그 사진속에 두 사람은  가장 행복했지만 돌아가고는 싶지 않은 시절, 내 곁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두 사람이다. 지금 몇살일까 ? 내가 16살.. 그떄 20대 후반.. 한 10살 차이 난다 치면..  지금 50대.. ㅋㅋㅋ
그렇게 커보이던 샘들이 지금은 같이 늙어가는 나이? 희안하네...

그냥 한번 보고 싶다. 뭐하고 지내는지..지금은 누구와 그 착한 웃음을 나누고 있는지.
지금  만나도 여전히 그때 좋은 감정을 지닌 채 대화가 통할지..
(사실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 샘들이 변하지 않았다면....아마도 어려울거다..)

지금 봐도 그 시절의 그 어리광을 부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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