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밑빠진독상] 천년을 후회했을 천년의 문

2006/03/06 09:00


천년을 후회했을 천년의문

저는 두꺼비레터를 통해 밑빠진독상을 비롯한 예산낭비사업의 뒷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하려하면 항상 걱정이 됩니다. 현재도 존재하는 사람들의 실명이 거론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액수가 커질수록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에 말씀드릴 200년 11월에 수여한 천년의문 사업이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수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예산사업은 없다.
예산사업의 특징 중의 하나는 아무도 모르는 예산사업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사업이 결정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판단을 해야하고 따라서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관련업계(?)들도 알게 되지요. 더군다나 공개행정이라는 시대적 요구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렇게 알만 한 사람은 알고 있는 것이 예산사업이고 또한 그 과정에서 문제점도 같이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내용이 전문적일 경우에는 직접 관련자만이 알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자 고발이 필요한 겁니다. 우리는 이것을 양심적인 문제로 치부해서 사실상 내부자 고발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리는 “배신을 가능하게”하는 것입니다. 배신하고 신고한 사람에게 죄를 줄여주거나 보상해준다면 부패가 더욱더 힘들어 지겠지요.

그러나 그런 제도를 의도하는 ‘납세자 소송’이 정책결정자들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로 인식되는 것은 아마도 자신들에게 겨눌 칼날이라고 생각하거나 진정한 예산낭비는 없다고 생각하는 어떤 믿음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가 두꺼비 9년동안 느낀 점입니다. 그분들은 모든 사업은 이유가 있으므로 예산낭비라고 볼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분야에 있는 사람이 그 분야의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아무튼 알만 한 사람은 알고 있었던 천년의문 사업은 관련단체였던 문화연대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단체는 1999년에 시민행동이 창립될 때 거의 동시에 생긴 단체였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문화개혁에 대한 과점에서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중에 저희와 코드가 맞은 것이 이 사업이었습니다. 결국 문화관련 단체가 가장 문화예산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사업의 시작은 2000년 새천년을 맞이하여 1999년 4월 발족된 대통령자문기구인 새천년위원회(위원장 : 이어령)부터입니다. 이 위원회는 수백억원을 들여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이 ‘천년의문 건립’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7월에는 재단법인 천년의문이 발족했으며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의 내용은 국가적인 상징 조형물을 만들어 관광명소화 함으로서 국가 이미지제고 및 관광수입증대를 하겠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300억으로 사업비를 책정했다가 사업이 확정되자 550억원으로 예산을 늘렸습니다. 그중에 정부지원은 200억 원으로 잡고 나머지는 기업과 일반시민의 성금과 민자유치 등을 통해 해결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습니다. 재단법인 천년의문이 설립되는 것과 동시에 사업기간 연장신청을 한 것입니다. 그것은 재원조달이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재단은 거의 한푼도 모금하지 못한 상황에서 11월에 일단 설계공모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0년 2월에는 당선작을 발표했습니다.

당선작은 200미터높이의 굴렁쇠모양의 문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어령씨의 아이디어였던 88올림픽의 굴렁쇠가 연상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각종 기관들에서는 이미 경제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고 문화연대 등의 문화단체들은 이런 발상자체를 문제 삼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상식적으로도 200미터짜리 굴렁쇠모양의 문이 주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
문화연대가 처음에 이 문제를 시민행동에 제기한 것은 5월경입니다. 밑빠진 독상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이지요. 하지만 저희에게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문화연대의 주장에 대해서 대부분 공감은 하지만 밑빠진 독상은 또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죠.

그것은 “가치”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문화적인 가치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밑빠진독상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많은 문화사업이나 환경사업 같은 것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사업도 그런 거대 건축물을 짓는 것에 대해서 무조건 찬성하는 많은 시민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었고 돈이 큰 만큼 이해집단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밑빠진독상 후보로 계속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의 신중의견이 계속 제기되어서 4회인 11월에 가서야 시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논쟁을 만들다.
이런 신중함속에 상이 결정된 것은 다음해인 2001년도 예산안이 제출되고 그동안 정보공개를 요구한 내용이 입수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부자의 제보도 있었구요.

그 결과 논리의 허점을 규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단 재단에서 주장하는 국민모금의 내용이 비현실적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재단은 500만명이 모금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ARS나 일본인 관광객에게 2000원씩의 모금을 계획하고 있으나 기존의 ARS모금이 수십억원을 넘은 적이 없고 일본관광객에게 모금한다는 것도 매우 비현실적인(심하게 말하면 도대체 말도 안 되는)계획이었습니다. 이것은 재단의 이사회회의록에도 ‘명분용’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계획이 없다고 할 수 없으니까 만든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문제는 다른 사례에서도 보듯이 관리운영비의 문제도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 수백원의 관리운영비가 소요되는데 재단에서 주장하는 300만 관광객은 당시 관광객이 500만명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현실적이지도 않고 실제로 온다하더라도 운영비에는 턱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래서 추가자료를 정부에 요구하고 문화관광위의 의원들의 협조도 받고 해서 보충한 후에 밑빠진독상 선정위원회에 제출하였습니다. 당시 밑빠진독상 선정위원회의 위원들은 2주에 한번 회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업을 대여섯번은 검토했고 따라서 내용에 대한 숙지가 거의 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이사업의 문제점은 문화적인 가치의 문제와 경제성문제였습니다. 문화적 가치는 이런 거대 건축불이 얼마나 낭비적인가를 문화인들이 논리적인 기준을 만들었기 때문에 시민행동은 경제성의 허점을 파해친 것입니다. 차라리 문화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고만 했으면 저희는 계속 고민했을 것입니다.



마침내 승리하기까지 - 시민들의 판단은 현명했다.
아무튼 밑빠진독상을 발표했고 당연히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로 저희의 의견을 찬성하는 측과 천년의문을 지지하는 측으로 나뉘어 졌습니다. 이것은 저희에게 굉장히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무관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니 일단 성공한 셈이지요. 조선일보나 MBC 등은 찬성이었고 경향이나 다른 언론들은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중립을 지키는 언론들도 있었구요

당시 사업추진측에서 본다면 조용히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좋은데 소란스러워지면 좋을게 없지요. 따라서 11월에 발표한 시상 이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찬성하는 언론은 언론대로 반대하는 언론은 언론대로 상당한 보도가 계속되었습니다. 당연히 국민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때 저희가 한 언론 대응은 저희반대 언론에 대해서도 매우 열심히 작업을 하는 전략이었습니다. 피하지 않구요

한편으로 국회에서는 11월과 12월 예산심의에서 이사업이 논란으로 떠오르고 삭감이 주장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12얼에는 새천년위원회 위원장이었고 문화계의 실력자였던 이어령씨가 모방송 라디오에 출연하여 방어논리를 폈고 건축가 정기용씨와 저도 그에 대한 반론을 폈습니다. 일개 시민단체 상근자와 논쟁해야하는 수모를 감수하게 된셈이지요.

그리고 시민들릐 의견을 그런데 저는 그때 시민의식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경제도 어려운데 이무슨 사업이냐 하는 반문화적인 배경의 의견이 다수일줄 예산했습니다. 그런데 11명중에 중립한명을 빼놓고 7명정도가 반대를 했는데 반대의 이유가 대부분 기존문화재를 보존 한다던가 소프트웨어를 확충하기위한 대안중심의 의견이었습니다. 반대로 찬성하는 분들은 시민단체에 대한 못마땅한 시각이 반영되는 등 비논리적인 내용들이었습니다. 작은 표본으로 판단하기는 그렇지만 생각과는 달리 시민들의 생각도 많이 발전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홈페이지에 네티즌들이 반응을 보인 것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어령씨는 “내가 꼭 그런 큰문을 만들라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라고 한발을 빼고 토론은 종결되었습니다.



마침내 중단된 - 천년을 후회했을 천년의 문사업

천년의 문 백지화 보도자료(문광부)
천년의 문 백지화 환영(시민행동)


2001년이 되어서도 논쟁의 격화되자 재단은 비로소 대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천사모(천년의문건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것도 만들어서 서명작업을 벌이고 시민행동에 밑빠진독상 선정경위와 자료, 회의 참석자의 명단 및 회의록 등 세세한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행동과 문화연대측도 각계에 대한 설명회 기자회견 등으로 최대의 문화현안으로 부각시키고 3월 20일에는 87명의 건축계, 180여명의 문화계․학회 등이 포함된 ‘천년의문 건립반대 500인 선언’을 발표하는 등 막바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재단의 대응은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3월28일에 마침내 김대중 대통령이 당시 문화관광부 김한길 장관에게 이사업의 중단을 재가함으로서 끝났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꼭 대통령이 결단해야하는가는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장관으로도 결정할 수 없는 정권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는 공동정권이었기 때문 이었고 이어령씨 등이 관련된 자민련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점이었죠.

이미 사업규모는 처음의 300억원이 890억으로 증가해 있었고 내부자의 제보에 따르면 1400억원까지 계획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사업이 진행되면서 더 늘어나겠죠. 그러면 이미 들인 돈인 7억여원은 포기하더라도 52억을 환수 조치했습니다. 물론 설계공모에서 당선된 분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6억원 가량의 보상을 받았습니다.

천년의 문 예산현황




사회곳곳의 권력들 - 전문가들의 반성이 필요하다
이 일을 진행하면서 저는 두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곳곳에 권력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500인서명이 참여했던 건축가들 중 적지 않은 분들이 이름을 빼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처음에 정의감에 분노하셨던 분들이 막상 일이 커지면서 업계에서 일종의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의 처지가 딱하여 빼 드릴려고까지 내부에서 논의되었습니다만 다행히 상황이 빨리 종료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돈 있는 곳에 권력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둘째는 전문가들의 양심입니다. 모든 큰 예산사업은 타당성검토니 경제성평가니 하는 과정에 전문가들의 이름이 올라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문가들이 사실상 그 사업의 정당성을 만들어 주는 셈이 된 것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가정과 변명의 논리를 내세우지만 곡학아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문가들도 몰랐다면 그것도 문제고 알았다면 더욱 문제가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의 관련자 명단들을 보면 아직도 문화권력 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착찹합니다.

7만5천명이 넘는 교수님들과 20여만이 넘는 전문가들 중에 그런 분들은 소수이겠지만 그 소수의 사례가 전체의 권위를 깍아내리게 한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혹 소신이 있어 그런 주장을 했다면 그점을 명확히 그리고 훗날에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할겁니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전문가의 양심을 믿고 또 틀리더라도 보다 건설적으로 이해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1조가 넘는 돈이 들어가는 시화호에 대해서도 그 어떤 전문가의 반성의 목소리를 들은 바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 분야는 심하게 말해서 ‘학계’가 아니라 ‘업계’라는 말을 듣게 될 수 도 있습니다.



마치며 - 가치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
내용이 길어지니 마지막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에게는 밑빠진독상 중에 이사업이 제일 어려운 사업이었습니다. 그것은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입니다. 다행히 경제성문제라는 부분이 상의 한쪽 근거가 되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과제로 남습니다.

제대로 돈을 쓰는 문제와 그 사업자체가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은 다른 측면입니다. 모든 사업은 논리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예산낭비도 논리적인 흐름 속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어떤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높은 수준의 예산감시운동은 바로 이가치문제입니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는 국방비냐 복지냐 하는 부분들이겠지요. 따라서 대립되는 측면도 많지만 시민사회에서 이 ‘가치’에 대한 부분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여성운동에서 이야기하는 ‘성인지적 예산’이 바로 그러한 경우입니다. 무엇이 여성예산인가 그리고 어떤 것이 바람직한 예산인가를 판단하는 ‘가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집니다. 하지만 아직 다른 분야에서는 이런 정도로까지 논의나 합의가 진척되고 있지 못합니다. 앞으로 예산감시운동이 이런 부분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보다 진전된 사회의 인식의 발전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앞당길 거라고 봅니다.

또 하나 논란이 있는 사업은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를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의 안보나 시급성이 요구되는 사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갈수록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많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일단 시작하고 나서 논의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업을 합의 속에 시작한다면 그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여 사회자본이 늘리는 것이며 완전 중단되더라도 논의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얻게 되리라고 봅니다.

무조건 시작하고 나중에는 들인 돈 때문에 계속해야한다는 논리는 결국 ‘예산낭비업자’들만을 살찌울 뿐 모든 국민을 피해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감히 주장합니다.

아무튼 이런 모든 문제속에서도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자칫 ‘천년을 후회했을 천년의문’사업은 중단되었습니다.

천년의 문 밑빠진 독상 보고서
천년의 문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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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낭비를 막는 정부의 노력, 그리고 그 역할

2006/03/02 09:00
2006년 2월 23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는 기획예산처의 주최로 “예산낭비,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기획예산처가 단독으로 주최했다기보다는 시민행동, 경실련, 녹색연합, 납세자연맹 등 그동안 예산문제에 적극적인 단체들과 함께하는 공동토론회라는 이름이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활동은 시민단체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달리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정부의 각종 노력(ex. 예산낭비대응센터)은 스스로의 과오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혈세를 막는다는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지난 99년부터 밑빠진 독상을 비롯, 정부의 각종 예산낭비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각종 제도적인 부분의 개혁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적절한 예산분배와 행정공개를 요구해왔기 때문에 기획예산처가 주최한 토론회는 더욱 관심이 가는 내용이었다.

이 날, 토론회의 주제에 맞게, 첫 번째 토론에서는 기획예산처가 계획하고 있는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정부의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 등이 소개되었다. 또한 각 시민단체들의 요구사항과 예산낭비를 보는 관점 등이 함께 얘기되었다.
오후 각 섹션 토론에서는 최근 건설예산과 관련되어 자주 언급되고 있는 ‘품셈제도’의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에 대한 토론이 한 축이었다면, 항상 얘기되어온 지자체의 예산낭비의 행태와 그 구체적인 대응방향에 대해 시민행동 예산감시전문위원인 이상근 회계사의 발제가 다른 한축을 이루었다.
기획예산처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토론회라는 이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정부 스스로 예산낭비를 막아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첫 번째 자리였기 때문에 예산낭비 대응에 대한 더욱 많은 기대가 모였던 자리였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 곳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흔히 얘기되어온 예산낭비는 주로 집행에 관계된 것이었다. 즉, 지자체의 예산집행의 문제점, 정부의 개별사업 진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예산낭비의 오류 등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했느냐의 문제에 더 큰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예산낭비는 반드시 집행의 단계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1년의 예산주기를 살펴보면, 가장 큰 두 축은 ‘예산의 편성·배분 및 심의단계’와 ‘예산의 집행’으로 볼 수 있다.
예산의 편성과 배분 그리고 심의에서 역할을 하는 곳은 기획예산처와 국회일 것이고. 예산의 집행을 담당하는 것은 각 해당부처와 지방자치단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예산의 편성과 배분은 1년의 사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예산을 분배할 뿐더러, 5년간의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여 장기적인 예측까지 이루어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국책사업의 문제점 및 분야별 예산배분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좀 더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의 전환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 즉, 예산과정에서 예산배분과 사업의 결정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그것일텐데, 과연 결정과정에서의 주요 역할자는 누구이며, 결정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산낭비를 막는 대책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국가의 예산을 계획하는 기획예산처의 역할이 좀 더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예산의 계획과 결정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산낭비를 방지하는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가 바로 그것이다. 좀 더 철저한 예비타당성 검토, 대형 국책사업의 결정과정에서의 보다 폭넓은 여론수렴 및 전문가 의견의 세심한 검토 등을 통해 예산이 집행되기 전 단계에서 보다 투명하고 세심한 검토를 통해 예산낭비를 막을뿐더러, 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철저하게 중간검토를 함으로서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는 사업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방책이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기획예산처의 토론회가 있었던 자리로 다시 한번 기억을 되돌려보자.
예산낭비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게 된다.
예산의 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산낭비에 대한 사전통제방안에 대한 고민과 함께,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예산낭비사례에 대한 통상적인 대응이 아닌 제도적 개선을 통한 보다 원천적인 문제의 해결방안을 내놓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특히나 예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주요 역할자인 기획예산처의 주요 역할이 아닐까 싶다.

예산낭비에 대한 감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산낭비가 발생하게 된 연유와 그 문제점, 그에 대한 대응방안은 모두 다르다.
예산낭비를 막고자 하는 정부의 역할 역시 모두 다를 것이다.
이에 대한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정부의 역할이 다시금 고민되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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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무궁화꽃을 피우기위해 17만원 썼던 행자부

2006/01/19 09:00
9번째 밑빠진독상 후기
한송이 무궁화꽃을 피우기위해 17만원 썼던 행자부

저는 올해로 예산감시운동을 시작한지 9년이 되었습니다. 밑빠진독을 막는 두꺼비의 삶을 살기시작한지 9년동안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도대체 이해할수 없는 사례들과 모두가 아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 평범한 시민으로부터 시작했던 두꺼비로서 참지 못할 일도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공식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것이 또한 예산감시운동이라 그동안 밑빠진독상등에도 명확한 것 그리고 이야기해도 되는 것만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어디에 이야기 할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두꺼비 생활 10년이 되기 전인 올해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풀어내어 보렵니다. 더 이상 참으면 응어리가 생겨버릴 것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먼저 경험한 것이 앞으로 생길 또 다른 많은 두꺼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연한 그러나 우연하지 않은 발견
2001년 1월29일 아침 시민행동의 김지영팀장은 어떤 메일을 보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민행동의 두꺼비들에게 말을 꺼냅니다. 행자부가 매일보내는 뉴스레터에 의하면 2002년 월드컵을 맞이하여 우리의 무궁화를 외국인들에게 보이기 보여주기 위해서 550억원을 들여 <전국토 무궁화심기사업>이라는 것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왜 무궁화를 그렇게 많이 심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든다는 것입니다. 항상 국가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삐딱하게 바라보던 다른‘불온한’두꺼비들도 역시 의문을 갖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무궁화는 법으로 정해진 국화가 아니더군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국가주의의 우려 때문에 국화나 국가 등을 법으로 정하지 않은 나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밑빠진독상 히트작중의 하나인 무궁화사업이 우리의 감시망에 포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연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거의 매일 항상 시민들의 제보에서 언론의 보도와 정부의 보도자료까지 꼼꼼히 살피던 과정에서 찾아진 것이지요.

안타까움이 분노로 바뀌다.
원래 두꺼비는 몇가지 삐딱한 시각을 경험 속에서 키워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전시성사업과 이벤트입니다. 그런 것은 으례 계획부실로 허점을 보이기 마련이기때문이지요. 그래서 행정부가 자랑하는 사업도 항상 유심히 삐딱하게 보는 노력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시나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이사업은 행자부가 교부세가 국세의 13.27%에서 15%로 증액되면서 1조원 가량이 늘어났고 이에따라 교부세의 11분의 1인 천여억원의 특별교부금이 생기자 이를 쓰기위해 갑자기 등장한 사업이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아주 간단한 인터넷검색에서부터 발견되었습니다. 무궁화가 8월에 핀다는 놀라운 사실을 찾아낸 것입니다. 월드컵은 5월에 열리는데 말이지요. 한마디로 월드컵대회에 무궁화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겁니다. 이런 명확한 문제점을 발견하자 즉시 행자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관련한 전문가들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안타까웠습니다. 이왕 들어간 돈 최소한의 목적이라도 달성해야하는데 아예 꽃을 보여줄 수 없다니요.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자부의 대책을 보고는 안타까움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사업을 중단하기는 커녕 한그루에 1200원밖에 하지 않는 무궁화를 17만원이나 들여 어떻게든 피워보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코메디였습니다. 잘못도 한번이면 모르지만 두 번이면 용서할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자기돈이라면 저럴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무궁화 업계는 갑자기 들어온 돈으로 돈벼락을 맞고 있었습니다. 50억 원도 되지 않던 국내무궁화 시장에 500억이 풀리니 주체를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갑자기 기계 찍듯 무궁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일, 결국 대량의 중국산 무궁화를 수입하게 됩니다. 문제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새로시작하는 것보다 중단하는 것이 어렵다
예산감시를 하면서 터득하게 된 법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예산사업을 중단시키는 것보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훨씬쉽다는 것입니다. 관료사회의 보수성의 심각한 폐해를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사업도 그렇습니다. 문제가 발견되었으면 중단시켜야 하는데 어떻게든 꽃을 피워보려 하고 더구나 중국산 무궁화문제도 업자들을 단속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정말 할말을 잊게 합니다. 그들은 시장원리에 충실한 것일 뿐인데요.
아무튼 조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언론들이 눈치를 채고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일단 행자부에 밑빠진독상 후보로 추천되었음을 공문으로 알렸습니다. 보통 3배수의 후보가 추천되면 각 기관에 반론을 요청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밑빠진독상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합니다.
행자부의 해명은 결국 잘 할려고 하다 보니 생긴 문제이니 무궁화가 피는 것과 상관없이 계속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사업의 성공을 장담하다가 말을 바꾸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마침내 밑빠진독상 시상을 하다
많은 분들이 밑빠진독상을 어떻게 주는 지 궁금해 합니다. 원래는 상만 발표하고 시상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이름도 파격적인데 퍼포먼스를 하면 더 진지함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상을 꼭 보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요구 때문에 원칙을 바꿔 시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상이 선정되고 난후에 행자부에 장관앞으로 시상사실을 알리는 공문을 보냅니다. 당연히 묵묵 부답이지요. 그래서 시상의 날인 4월30일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 상장과 상품인 밑빠진 독을 들고 시상을 위해 3인의 두꺼비들이 섰습니다. 광화문역부터 독을 들고 행진하는 두꺼비의 무리를 보고 놀란 경찰들이 커다란 곤봉까지 들고 우리를 막습니다. 우리의 호통에 곤봉은 치웠지만 일찌기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3인의 두꺼비들을 어쩌지 못하는 많은 경찰들의 모습도 참으로 착찹했습니다.
정부종합청사는 후문으로 출입합니다. 점심시간 쏟아져 나온 공무원들은 독을 들고 후문을 가로 막고 서있는 두꺼비를 피해가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분들은 참으로 생각이 많을 것입니다.
더구나 방송3사의 카메라와 기자들이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몰려 있으니 기묘한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계속 행자부는 장관님이 안계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3시간을 버틴 후 독을 후문에 내려놓았습니다. 시민들의 뜻이다. 전달해 달라 그러면서 경비를 보시는 분에게 드리고 물러나왔습니다.
뒤에 듣기로는 청사경비실은 한참을 어쩌지 못하다가 청소하시는 분이 쓰레기 더미에 버렸습니다. 물론 밑빠진독을 어쩌나 보자하고 계속 기다린 방송카메라에는 찍혀 방영됐구요. 인정하든 안하든 받아주는 정도의 여유도 열린 마음도 없었던 겁니다.

씁쓸한 승리. 하지만 시민의 승리
아무튼 무궁화라는 소재가 소재인지라 커다란 화재가 되었고 행자부장관은 매일아침 실무부서에 대책을 물을 정도로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공무원들이 문제의 17만원짜리 무궁화를 들고 시민행동사무실에 들이 닥쳤고 저희와 장시간의 토론도 했습니다.
요지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하는 일인데 문제가 있더라도 계속 추진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었고 저희는 국가와 민족은 우리도 걱정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결국 여론의 압박에 무궁화사업은 대폭 축소되었고 300억원 지출로 감액되고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그리고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담당했던 촉망받던 모 과장은 지방의 부군수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정부의 조치는 끝이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도 주의조치가 끊이었고 누구도 사과의 말 한마디, 사업실패인정 등 어떠한 조치도 없었습니다. 1조 5천억을 쏟아 부었던 시화호도 아직도 실패를 인정안하고 있는데 고작 550억 원사업에 차마 그럴리야 없겠지요.
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250여억원의 낭비를 막았으니 시민의 승리이고 두꺼비들도 제 할일을 한 것이지요. 당시에 많은 지지를 보내준 시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분들도 역시 숨어 있는 두꺼비 들입니다.

후일담입니다만 몇 달후 담당했던 행자부의 모 과장으로부터 한밤중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모일간지에 무궁화사업보도되는것을 막아달라는 것입니다. 자식들보기도 창피하다 등등 저희가 죄인 인것 같이 찜찜해지는 말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해도 충분히 됩니다. 그래서 못할짓을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해된다고 용서할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 나라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해 2002년 월드컵 국민들이 4강의 신화에 열광의 그늘에서 17만원짜리 무궁화들이 피지 않았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두꺼비들은 살아 있습니다.


[한국][시민행동] '4월의 밑빠진독 상'에 행자부 선정(2001.04.30)
[9번째 밑빠진독상보고서] 한송이 무궁화꽃을 피우기 위해 17만원을 쏟아붓는 행정자치부
[MBC] 2001. 4. 8 시사매거진 2580 이상호 기자 20분-중국산 무궁화의 비밀 “무궁화 다른나라 꽃?”중 소개
2001. 5. 3 MBC화제집중10분 - 밑빠진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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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점 2006/01/19 09:00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시작이 반! 첫글 축하합니다.
    꾸준히 할 수 있게 초반에 너무 힘빼지 마세요^^

  2. 아야 2006/01/19 09:00 PERMALINKMODIFY/DELETE REPLY

    ㅋㅋㅋ 정말 KFC님 대단하십니다. 1월 29일 그 춥던 날..그 날짜를 기억하시다니. 재밌네요. 화이팅!!!

  3. 아야 2006/01/19 09:00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울 두꺼비가 누구의 솜씨인지..널리 알려주세요. 그 때의 이미지들도 있다면 좋을텐데..예전에 잘 보관해 두었었는데 지금 누가 관리하시는지..

  4. 유진 2006/01/19 09:00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우와... 재미있어요. 계속해서 또 써주세요.... 왕팬입니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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