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를 꽃 피우자

2004/04/01 09:00
그게 아닌데~

‘풀뿌리 민주’를 꽃 피우자

언제 부터인가 우리는 정치인들을 ‘불신 집단’ 1위로 치부한다. 특히, 요즘 돌아가는 각 정당 및 국회의 꼬락서니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개탄을 금치 못한다. 심지어 ‘개판 국회’’X물 국회’라는 욕지거리가 여기 저기서 들릴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조용히 생각해 보자. 그 ‘개판 국회’를 만들고 있는 그 의원들을 누가 선출했나? 바로 우리가 우리 손으로 그들을 뽑았다. 그렇다면, 내 행위가 그 원인이 되어 빚어진 그 결과에 대해, 그렇게 분노/개탄/욕지거리만 일삼고 있어야 할 것인가?

17대 총선이 2주여 일 앞으로 닥아왔다. 바야흐로 변하는 시대, 변하는 정치를 가늠할 수 있는 더 할수 없이 중대한 선거다. 우리가 이번에도 그들을 잘못 뽑는다면, 그 ‘개판 국회’는 또 되풀이 될 거다. 한 표 한 표가 눈을 부릅떠야 할 이유다.

그 동안 우리가 그들을 그렇게 잘못 뽑은데에는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다. 우선 우리는 대의 민주정치의 기본권의 하나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해 왔다. 즉 선거권 (election)만 있었지, 선택권 (selection)이 없었다. 여/야당 당수가 멋대로 지명한 후보 공천자 중 그 어느 하나에게 표를 던질 수 있는 권리만 있었을 뿐,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사람을 우리 손으로 골라 뽑아 그들을 선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져 있지 않았다. 그리해서 우리는 당수가 이미 선택한 사람 가운데서 하나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절름발이 민주 선거를 해왔다. 선진 민주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유권자 기본권의 제약이자 찬탈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선거권과 더불어 우리가 후보를 맘대로 고를 수 있는 권리, 즉 상향식 후보 선택권도-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갖게시리 되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향한 큰 진전이다. 허나,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는 법, 이제 우리 민중 (유권자)의 책임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더욱 막중해 졌다. 다음 17대 국회가 지금 16대 국회 꼴이 되느냐 않느냐, 우리의 정치가 진정 구각을 깨고 새 정치가 펼쳐지느냐 않느냐, 하는 것이 곧 우리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쓰레기 통에서 장미가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조롱을 받은지도 어언 반 세기가 지났다. 그만한 시간이면, 이제 우리도 진정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 피울 때도 되었다.

지금 총선 D-15여 일을 앞두고 시민 단체들의 당/낙선 운동이 한창이다. 합/불법 시비가 있지만, “과연 어떤 사람들을 국회에 들어 보낼 것이냐?”하는 유권자들의 판단을 위한 정보 제공등 그 잣대 역할을 한다면, 지금 한국적 상황에서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자, 이제 역사기 바뀌어 공은 우리 유권자 앞으로 던저졌다. 우리가 이 공을 어떻게 핸들 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느냐, 아니면 만년 ‘후진적 민주’ 틀 속에서 허우적 거리느냐, 그 향방이 결정된다.
“한 국가의 민주주의 발전 정도는 그 나라 민중의 정치 수준에 다름 아니다”라고 한다. 막걸리 한 잔에 취하지 말고, 혈연/지연/학연/에 얽매이지 말고, 한 표 한 표가 깨긋함 (道德性)에 덧붙여 민주성 (民主性)을 지닌 진정한 ‘민주후보’들에게 던저질 때, 그 나라에도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꽃 피우리라. < 장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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