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은 예정에 없던 업무 파업의 날이었습니다.
어젯밤에 혼자 맥주 마시다가 취해버려 가지구
아침 내내 헤맸답니다.
작은 병맥주 2병과 와인 1병에 이렇게 헤매다니....
이제사 정신이 나네요. 술을 잘 안마시니 주량도 줄어드나봐요. 아님 나이 들어서 그런가....
아마 주님께서 술 끊는 은혜를 주신거겠죠?
민서는 전학온 학교에 잘 적응중입니다.
전 학교에서는 담임들이 나이가 많은 아줌마들이었어요.
아이들을 목소리와 군기로 제압하는 스타일들이었죠.
민서는 목소리 크게 내는 걸 아주 질색하는 데, 그래서 그런 담임들을 굉장히 무서워했죠.
아니 무서워 했다기 보다는....
그런거 있잖아요. 덩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뭐 이런 자세.... ㅠ.ㅠ
새 학교의 담임은 30대초반 정도의 젊은 여자 선생님
요즘 성대결절로 고생중이시라 수업중에도 목소리를 크게 못내시는가봐요.
민서는 젊고 친절한 데다 소리 지르는 일도 없으니 완전 좋아라 하지요. ^^;
그나저나 한가지 고민이 있어요.
새 학교에서 사귄 친구 때문이지요.
바로 옆동에 사는 여자아인데요, 거의 매일 저의 집에 와서 오후를 함께 보냅니다.
대구에서 얼마전에 이사왔다는 데 그래서 그런가 전학온 민서에게 잘해주는 거 같았어요.
그런데...
몇일 동안 지켜보자니 아이의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보여요.
외모, 태도, 말 모두, 뭔가 안정되어 있지 않아요.
조금씩 그 아이의 가정환경에 대해 물어봤더니 사는 곳은 아주 작은 임대아파트이고, 형제는 5남매에 엄마, 아빠는 새벽같이 일나가신다고 그래서 매일 아침 안먹고 학교 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밤 12시 되야 들어오신다고 하구요. 도대체 뭘 하시는 분들일까 그동안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는 걸까 궁금하더군요. 그 작은 집에서 그 많은 식구들이 어떻게 다 같이 사는 걸까.....
뭐 이런게 큰문제는 아니죠. 여기까지는 괜찮아요.
그런데 오늘은 더 황당한 얘길 하더군요.
엄마가 집을 나갔데요.
아주 대수롭지 않게 얘길 하는 것을 보니 아마 예전에도 나간 적이 있나봐요.
흠....
사람을 외모나 환경으로 판단해선 안되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아이를 보면서, 그 애 잘못도 아닌데 암튼 솔직히 맘이 편하지 않아요.
이 동네로 이사올 때 사실은 교육환경 같은 것 때문에 고민이 됐어요.
강남까지 가진 못하더라도 왠지 소외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아이를 위해서 무리를 하더라도 교육환경이 좋은 곳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죠..
저는 지적 허영심이 있는 엄마 덕에 참 좋은 교육환경에서 자랐어요. 저의 엄마는 한국의 맹모거든요.
그리고 누가 뭐래도 강남의 메리트를 부인할 순 없는 거 같아요.
그 생각을 하니 민서는 너무 막 자라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있어요.
아닌척, 고상한 척 하고 살고 있을 뿐이죠.
그런데다 사귄 친구가 이렇다보니 참 맘에 옳고 그름의 싸움이 치열합니다.
사실 저도 일하는 엄마를 둔 덕에 친구네 집을 전전하며 컸던 초등학교 시절이 있어요.
한달을 엄마 속이고 피아노 학원도 안다니고 친구네 놀러다녔죠.
그때 친구 엄마들도 저를 보면서 지금의 저와 같은 맘을 가지셨을까요?
아마 그랬겠죠?
민서도 누군가에겐 탐탁한 친구일테고, 또 누군가에겐 탐탁지 않은 친구일테죠?
"믿음"은 믿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믿은 대로 행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제가 갖고 있는 진실, 정의, 사랑 공평 등에 대한 믿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싶어요.
그야말로 정의로운 척 말만 했을 뿐 그런 행동은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거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싫은 게 싫지 않은 것이 되진 않아요.
지금도 민서랑 친구랑 같이 놀고 있어요. 그림도 그리고 숨박꼭질도 학고......
간식도 많이 챙겨주고 같이 얘기도 하고 맘껏 놀게 하고 있는데,
그런 제 행위가 가식적인 것이 아니라 사랑을 가득 담은, 사랑이 충분히 녹아들기를 기도해요.
지금은 맘이 불편해도 점점 더 진심으로 친구를 사랑으로 대할 수 있게 되겠죠?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을 다듬어 가는 과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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