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을 먹고 동네 산책을 나갔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계속 상가집에 갔다가 새벽에 오곤 해서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습니다. 속도 불편하고 보름달이라도 볼 생각으로 나선 길이었습니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을 찾았습니다. 쿤 보름달은 아니지만 구름 뒤로나마 보름달이 보였습니다. 주머니에 있던 폰카로 찍었습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달밑에 소원을 비는 솟대들이 보입니다. 대보름과 솟대. 모두 무언가 소원을 비는 것입니다.

대보름에 무슨 소원을 빌까? 아마 각자의 마음속에 원하는 것을 빌었겠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지난 25일 제가 일하던 시민행동 총회가 끝났습니다. 더불어 저의 사무처장 임기도 끝났습니다. 지난 1999년 9월 9일 19시. 시민행동 발기인대회를 때 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예산감시국장, 좋은기업만들기 국장, 정책기획실장, 기획실장, 사무처장 등 참 여러 가지 직책으로 10여년간 상근활동을 했습니다. 이제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안식년입니다.ㅎㅎ
누군가 그러더군요.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은 돈을 많이 받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거나,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충족되면 계속 그 직장에 일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기준이라면 저는 최소한 두 가지는 해당이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시민행동 상근활동가들만 좋은 것이 아니라 시민행동에서 일하면서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것 같습니다. 큰 행운이자 행복이었습니다.

시민행동을 10년차를 마무리하면서 세 가지 큰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사무실을 환경정의, 녹색교통, 여성민우회와 함께 마포 성미산자락으로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분야의 시민단체와 경계를 넘어 함께하고 마을과 접속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두 번째는 시민행동 10년의 성과를 지속가능보고서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해 10주년을 맞이하면서 발간했습니다. 세 번째는 시민행동 이후 10년을 준비하면서 시민행동의 운동을 좀 더 넓고 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좋은 기업 센터와 좋은 예산센터가 각각 기업의 사회적 책임운동과 예산감시전문단체로 발전하고 시민행동은 시민학교와 미디어를 매개로 다양한 새로운 시민운동을 실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일은 이제 3월 3일 좋은 예산센터 창립을 시작으로 본격화 될 예정입니다.
이일은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행동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시민행동과 함께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한 가지 시민행동의 사무처장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공론화시키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상근활동가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7년마다 1년씩 안식년을 가지지만 저는 시민행동 전체가 1년 안식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시민운동에 적대적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만은 아니고 87년 이후 성장해 온 시민운동이 어려움에 처 했고, 새로운 시민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홈페이지를 개편할 때 “수리 중”이라고 써 붙이고 작업을 하듯, 시민행동 사무실 문을 닫고 한 일 년 치열하게 새로운 시민운동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말도 꺼내보지 못했습니다.ㅠㅠ
개인적으로도 작은 마무리를 했습니다. 지난 10여년의 활동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는 시민운동을 시작하는 계기였고, 지난 10여년 가장 열심히 해왔던 예산감시운동을 정리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가 계속 시민운동을 하면서 화두로 삼고 있는 지역의 풀뿌리 운동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많은 분들이 채워줘서 두 권의 책으로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저에게는 행운이고 행복입니다.


모이고 떠들고 꿈꾸다- 이매진 컨텍스트 뿔뿌리자치연구소 지음 | 이매진 | 2010.02.20
특히 “동네에서 만나 인터넷에서 모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희망을 떠들고, 좋은 삶과 좋은 정치를 꿈꾸는” 풀뿌리운동은 당분간 저의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당장 6월 지방선거를 동네에서 준비하는 일을 <풀뿌리 좋은 정치 네트워크>을 통해 해보려고 합니다. 6월 선거가 끝나고 나면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 때 그 동안 함께 해 온 님들을 만나 앞으로 살아갈 일을 상의 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저의 삶에 많은 가르침을 주었듯이 소중한 말씀 나누어주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님들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앞으로의 길도 함께 걸어가면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2010년 2월 28일
대보름 밤에
오관영 배상

